Kaco 펜 파우치 10구.

연말이면 거래처에서 나눠주곤 하는 전형적인 파우치형 노트와 흡사하게 생겼다.
그래서 필통이라기보다는 공장 직원들이 으레 들고다니는 메모용 노트가 연상된다.
딱히 마감이 좋다든가, 튼튼한 느낌이나 크게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실용적이고 저렴해서 가성비가 좋다고 할 수 있겠다.
오래쓰면 손때가 많이 탈 듯한 재질에, 펜을 보호해주는 쪽은 부드럽다고 할 수 있겠으나 보풀이 많이 생기고,
충격을 많이 흡수해주거나, 스크래치를 완벽하게 막아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한 가지 불만은 펜을 꽂고 뺄 때의 느낌이다.
타이트한 고무줄로 펜이 고정되어있는 구조라, 펜을 빼기 위해서는 약간 들어서 뽑아내야하는데,
그 과정에서 뒷판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펜이 죽 긁히며 뽑힌다. 넣을 때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것 때문에 스크래치가 생길 여지는 크게 없어보이나, 뒷 판도 약간 까끌까끌한 재질이기에
뭔가 정신적으로 스크래치가 생기는 기분이다.


원래는 10구짜리 필통이지만, 한 쪽의 고무줄은 뜯어내고 노트를 넣어 다니고 있다.
펜이 10개나 되지 않을 뿐 더러, 그렇게 많이 들고다니면서 쓸 일도 없다.
5개도 직장인이 일상적으로 쓰기에는 많지않나..
아무튼 그래서 로디아 메모패드를 넣고 다니고 있다.
No.14 사이즈를 넣으면 딱 맞게 들어간다. 두께도 만년필 한 자루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반대쪽 펜이 눌릴 일도 없다.
닫아 보면 딱 적당한 느낌이라 기분이 좋다.

그냥 필통에서 빼낼 일 없이 바로바로 메모가 가능하고, 펜도 바꿔가며 쓰기 좋아서 매우 실용적이다.

중간에는 이 녀석이 들어있다.
하이테크 - 스테노.
펜대가 너무 길어서 휴대하기 불편해 잘라서 들고 다닐까 했는데, 그래도 뚜껑이 없어서 불편하고,
애초에 딥 펜을 왜 휴대해야하나 싶다가도, 가끔은 들고다니고도 싶고, 아무튼 그런 요구로 인하여
멀쩡한 하이테크 한 자루를 희생시켜 만들었다.

써 보면 그래도 왜 딥펜 전용 펜대가 있는지 알게 되는 느낌이랄지..
너무 가벼워서 쓰기 힘들다. 그립감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도 앙증맞아 보여서 좋다.

파이롯트 캡리스 데시모 EF
외관이 생각보다 훨씬 더 볼펜스러워서 좀 당황했다.
캡리스 논란의 중심인 저 클립부는 다행히도 내 손에 딱 맞는다.
쥐었을 때 흐트러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느낌이라 편하다.
잘 알려진대로, 똑딱일때의 소리가 크긴 크다.
일반적인 볼펜의 그 똑딱 소리보다 뭔가 한 단계 더 육중한,
울림통을 가진 듯한 철컥 소리가 난다.
개인적으로 이런 기계적인 소리를 매우 좋아한다.
카메라의 셔터스피드나 조리개를 조작할때 나는 틱틱거리는 작은 소리나,
SLR의 철컥거리는 셔터소리, RF카메라의 맥빠진 듯한 사각거리는 부드러운 소리,
중형카메라의 철푸덕 거리는 소리 모두가 내 귀에는 알맞다.
가지고 있는 만년필 중, 거의 쓰지도 않을 뿐 더러 언제 왜 샀는지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
플래티그넘의 스튜디오를 그런 이유에서 좋아한다.


가지고 있는 것 중 유일하게 금속재질이라, 캡을 씌울 때 틱 하고 가벼운 금속이 부딛히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캡과 배럴이 맞부딛히면서 나는 금속 마찰음도 좋다.


캡리스 EF는 플래티넘 센츄리 UEF보다 얇다.
거의 유니볼0.28정도의 굵기다. 사실 거의 차이는 없지만, 아주아주 미세하게 약간 더 굵은 느낌이다.
캡리스를 구입한 이유는,
전에 구입한 엘리트 F촉에 도저히 적응하지 못하여 더 편하게 일상적으로 사용할 목적이었다.


그러나 배송을 기다리는 열흘 동안 어쩌다 보니 엘리트에 적응하게 되어버렸고,
그 특유의 쫀쫀한 필감이 너무나 좋아졌다.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쫀득쫀득한 필감이다.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미세하게 끈적이는, 그래서 필체를 잡아주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써보면 안다.
엘리트 뿐만 아니라,
위의 플래티그넘 만년필도 그렇고, 역시나 언제 샀는지 기억나지 않는 라미 사파리도 그렇고
너무 굵거나, 너무 미끌거리거나, 너무 흐름이 박하다고 느껴지거나, 혹은 흐름이 너무 풍성하다거나
그런 이유들로 못 쓰겠다고 느껴지는 펜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처음에 니코 G나 제브라 G, 핑거, 스테노, 로즈닙 등등으로 충분히 써보고 연습하고
만년필을 들이라는 이유는 거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만년필 자체에 익숙해지고 나면, 여러가지 펜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불편하다는 것 보다는
여러가지 이유로 좋고, 독특하고, 개성있다 라는 생각이 들게된다.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이쁘고, 작고, 귀엽다는 이유로 롤라이35같은 카메라로 사진에 입문하면
십중팔구 결과물에 만족하기 힘들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아마 F닙이었던 사파리를 프레피 촉으로 바꾼 것이 좀 후회가 된다.
다시 캡리스로 되돌아오면,
이렇게나 획이 얇은데도 긁히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단단하고 쫀쫀한 느낌이 든다.
엘리트의 쫀쫀함 반절정도와 종이를 긁는 느낌의 절반을 합친 정도의 필감이다.
캡리스 F닙은 어떤 느낌일지 정말 궁금하지만,
어쨌든 일상적으로 빠르게 메모할 때나, 할 일들을 체크한다거나 할 때 쓰기 매우 적절하다.
다만 아무래도 조금 무겁다.
오래 쓰면 힘을 다 빼고 쓴다고 해도 손이 조금 아파올 것 같다.
미묘하게 합리화하자면, 그런 연유로 역시나 세필인 센츄리와 포지션이 곂치지 않는다.
센츄리는 스크류 캡 방식이기 때문에 자주, 짧게 쓰는 용도로는 아무래도 좀 불편하지만,
보통 캡을 벗기고 쓰기 때문에 상당히 가볍다. 그런 연유로 차분히 일기를 쓰거나 할 때 쓰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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