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구에 관심이 없던 이유는 단순하다 - 악필이므로.
필기구에 관심이 생긴 이유는 복잡하다 - 여전히 악필이므로.
취미 활동이 으레 그렇듯이, 실질적인 사용보다는 장비를 사들이는 것에서 큰 만족을 느끼곤 한다.
다행인 것은 카메라나 오디오와 같은 취미 보다는 비용이 훨씬 덜 들어간다는 것.
물론 어느 시점이 될 진 모르겠으나, 분명 몽블랑이나 펠리칸 고급기, 오로라 등에 눈독을 들이겠지만
그래도 라이카 렌즈 하나에 비하면 여전히 착한 가격대다.
특히 잉크나 노트는 더더욱 그렇다.
같은 소모품인 필름 한 롤에 비하면 노트나 잉크는 훨씬 더 저렴하다.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필름값을 생각하면..
따라서, 이런 것들을 지르는 데에는 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원래 쓰던 연습용 노트는 모닝글로리 그리드 노트였다.
A4 사이즈에, 꽤나 부드럽고, 쓸 때 적당히 사각거리는 느낌도 괜찮고, 잉크의 발색도 좋으며, 잉크를 잘 잡아주고, 뒷면에 비치지 않는다.
하지만 번짐이 심하다.
그래서 좀 더 좋은 품질의 노트를 써보기로 했다.
흔히들 가장 많이 추천하는 복면사과, 로디아, 클레르퐁텐.
복면사과 까르네 4G
블루베리, 라즈베리 두 가지 색이 있다.
일단, 예쁘다.
튼튼하진 않지만 촉감이 좋고, 색도 고급스럽다.
그러나 심하진 않지만, 미세하게 번진다.
보통 글씨쓰는 높이에서 내려다 봤을 땐 보이지 않을, 자세히 들여다 봐야 보일,
딱히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이긴 하지만, 그래도 거슬린다.
그리고 품질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특정 구간들에서 심하게 번진다.
클레르퐁텐 age bag 소프트커버 노트.
손에 쥐는 느낌이 좋다.
단단한 느낌에, 마감도 좋고 색상도 마음에 든다.
나무랄 데 없이 좋다.
발색도 좋으며, 테도 이쁘게 잘 뜬다.
번짐과 비침도 전혀 없다.
뭐랄까.. 일반 노트와는 좀 다른 느낌인데, 적당한 표현을 못찾겠다.
아무튼 매우 부드럽고, 미끈미끈한 느낌이다.
로디아 메모패드.
사무용 느낌이 물씬 드는
평범한 디자인의 메모패드다.
딱히 미끌거리지도, 거칠지도 않은 적당한 느낌이다.
테도 잘 뜬다. 발색도 좋다.
세 노트를 비교해보면..
복면사과는 일반적인 종이 느낌, 그러니까 적당히 서걱거리고 약간 거친 표면을 가진 노트다.
표면을 쓸어보면 까슬까슬한 느낌을 주는..
클레르퐁텐은 뭐랄까.. 일반 종이와 인화지 사이의 미끈거림을 가진 느낌이다.
표면이 매끄럽고 반질반질해서 뭔가 이질감을 준다.
로디아는 딱 복면사과와 클레르퐁텐 중간 느낌이다.
부드러우면서, 약간은 까슬까슬한 느낌.
개인적으로 질감은 복면사과같은 것이 좋다.
이 외에 좋은 노트가 가져야 할 특징들 (번짐, 비침, 발색, 테 등)은
뭐가 낫다고 할 게 없이 다 좋다. 물론 복면사과의 번지는 문제는 빼고.
이로시주쿠 시리즈는 워낙 병이 예뻐서 그냥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다.
홍엽은 금색 테가 매우 매력적이다.
색은 노트나 획의 굵기에 따라 약간씩 다른데,
지금까지 써본 것을 보면 깊은 분홍색, 붉은 단풍색, 자주빛, 또는 감색을 띈다.
신록은 두드러진 테가 없고,
약간은 심심한 짙은 녹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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