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ORI TRAVELER’S COMPANY - Travelers Notebook Original / Passport

미도리 트래블러스 컴퍼니의 트래블러스 노트.
이 노트를 구매한지 아직 2달 가량밖에 되지 않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모아온 모든 물건들 중 가장 만족도가 높다.
심지어 이 노트를 지긋이 보고 있자면, 라이카 M3보다 높은 형언할 수 없는 만족감을 느낀다.
자그마치 10년의 사진생활과, 단연 내 기준 최고의 카메라인 M3를 통째로 배신하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아무튼 아무리 예쁜 물건들이라도 비교적 금방 질려버리는 내 스타일 상, 약간 이례적인 위치에 있다.

매일 보고, 쓰고, 만져서 애착이 빨리 간 것일까.
하지만 만족감이 그렇게 큰 것에 비해, 사실 실용성 면에서는 꽤나 애매하다.
우선 장점은
1. 앞에서 봐도 예쁘다.

2. 옆에서 봐도 예쁘다.

3. 어느 각도에서 봐도 예쁘다.

4. 속지를 마음대로 구성, 배치할 수 있고 기본적으로 다양한 속지가 제공되고 있다는 점,
또한 내키면 DIY로 제작하여 끼워넣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근데 생각해보면 그냥 커버도 가죽 잘라서 직접 만들면 되지 않나...)

나는 총 4개의 속지와 2개의 악세사리(?)를 넣어서 사용하는데,
가장 앞쪽엔 2021 MONTHLY PLAN (그냥 달력이다. 더럽게 비싼 달력.)

그 다음은 WEEKLY DIARY + MEMO


그리고 무지 줄노트

마지막으론 크라프트 포켓지다.
여기에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넣어두고 있다.

끝부분에는 크라프트 파일과 지퍼케이스가 있다.
영수증이나 쓸데없는 잡동사니나 넣고 다니지만 그냥 존재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불러일으킨다.


딱 이 정도가 두께면에서도 적당한 것 같다.
너무 많이 넣어서 튀어나오는 것은 정말 질색이다..
약 두 달간을 계속 껴놓고 쓰다 보니 가죽도 자리를 서서히 잡아가는 듯 하다.

손에 쥐었을 때 묵직하면서도 안정감있게 파지되는 그 느낌이 정말 좋다.

그러나 이 노트의 가장 큰 단점은 치명적이게도 내게는 메모하기에 너무 불편하다는 점이다(...)
위 아래로 길고, 폭이 짧은 관계로 접히려는 반발력이 세기 때문에 클립으로 양 옆을 잡아줘야 그나마 쓰기 편하다.
또한 손에 땀이 많이나는 내 체질상 손으로 잡고있으면 눌린 자국이 생기고, 그 부분에 필기하기도 불편하다.
그리고 펼치면 파지가 불편하고, 노트에 손이 닿는 면적도 적어 필기가 더욱 불편하다.
이 노트는 쾰른 대성당같은 명소 앞에서 펼쳐 들고는 뭔가 이런저런 메모를 하거나 스케치를 해야할 것 같은 감성을 뿜어주지만
실제로 들고 쓰는건 매우 힘들다.
그리고 만년필 사용자에 한한 문제인데, 종이의 질이 사실 좋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미도리 MD리필을 사용하면 괜찮지만, 선택지가 없는 위클리나 먼슬리도 종이의 질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좋다고 하기에도 좀 애매하다. 특히 잉크가 빨리 마르는 편이 아니라 메모 후 바로 덮어버리면 양쪽으로 잉크가 찍히고, 번져버린다.

그리고 손기름에 매우 취약하여 정말 쉽게 번져서, 나 같은 사람들은 이미 필기해 놓은 부분을 건드릴 수 조차 없어서
그 부분을 피하며 쓰느라 매번 곤혹스럽다. 묵직한 클립을 두 개씩이나 항상 고정해서 써야하는 이유.
또한 들고 쓰기 힘든 문제도, 사실 필압으로 필기하는 볼펜이나 연필같은 경우는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으나,
자세가 중요하고 아예 힘을 빼고 쓰는 만년필의 경우에는 들고 쓸 경우 허공에서 힘 안주고 쓰기가 뭣하게 힘들다...


그럼에도, 이 노트는 절대 싼 가격이 아니다.
훨씬 좋은 질의 로디아 메모패드가 A4사이즈, 80장으로 7000원, MD노트가 64장에 대략 4500원이다.
크기와 장수를 고려하면 거의 2배 가까이 차이난다.
특히 2021 MONTHLY는 정말이지 특별한 것 없는 달력일 뿐인데 사악한 가격을 자랑한다..
아무튼 단점을 좀 장황하게 늘어놨지만, 나에겐 하찮게만 보일 뿐이다.
이쁨이 모든것을 상쇄하고, 단점은 마치 노트 표면에 생긴 작은 스크래치정도로 느껴질 정도로 나는 이 노트가 만족스럽다.
돈이야 이쁨을 위해서라면..
하지만
패스포트 사이즈는 다르다.
이 노트는 작고 아담하고 귀여운 장점보다 위에 상술한 단점이 너무 도드라지게 커서 솔직히 많이 아쉽다.

오리지널 사이즈는 그래도 어떻게든 필기는 가능한데, 이 노트는 기본적으로 어떻게 쓰더라도
손이 노트 외에, 그러니까 책상에 파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만년필의 필각이 어긋나고, 힘 조절이 되지 않아서
상당히 불편하다. 게다가 노트 특성상 뚱뚱하고, 다시말해 노트 표면에 굴곡이 생겨 안그래도 쓰기 힘든 걸 더 힘들게 한다.
여러모로 필기하기가 참으로 난해하다..

오리지널의 크기에서 오는 아쉬움을 분명 패스포트가 보완해줄로 예상했건만,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오리지널을 하나 더 사는게 현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패스포트에는 크라프트지 2개만 넣고 다닌다.
일반 노트에서 너무 쉽게 번지는 것이 스트레스라 크라프트지는 좀 덜하지 않을까 했는데,
확실히 덜하긴 하지만 문제는 잉크도 그만큼 잘 안먹는다(...)
그냥 있는것만 다 쓰고 MD노트로 갈아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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