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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영덕
2020. 영덕
필름카메라를 손에 들면 셔터를 누르기 전 프레임을 바라보며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한다. 이 장면은 가치가 있는가? 망설임 없이 셔터를 누르게 된다면 대체로 나중에 결과물을 보더라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셔터를 누르기 그 직전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It’s Useless.’ 그런 생각이 드는 장면들은 찍지 않았다면 영원히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찍었다면 대체로 다시 꺼내보지 않을, 말 그대로 Useless한 사진으로 남게 된다. 아무튼, 영덕에서 찍은 사진을 거의 2년이 다 되어 현상했다. 거의 모든 프레임이 ‘Useless’한 사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관성 있는 분위기가 있어서 묘하게 마음이 끌린다. 텅 비어있고, 부스러져있고, 쓸쓸하고, 멍하다. Leica M3 / 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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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30
2022. 10. 30
Leica M3 / Summicron-C 40mm / Portra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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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 카베코 스케치업 5.6 & 카키모리 황동 닙
[문구] 카베코 스케치업 5.6 & 카키모리 황동 닙
KAWECO SKETCH UP 5.6 & KAKIMORI BRASS NIB 카베코의 틴 케이스는 정말 마음에 든다.. 몽당연필과 같은 비쥬얼. 그러나 황동 재질이라 당연히 묵직하다. 심플하지만 디테일 하나하나가 전부 예쁘다. 뒷 캡을 열면 안쪽이 샤프너로 되어있다. 그러나 쓸 일이 없을 것... 탄환처럼 생겼다. 한 쪽에 카키모리라고 각인되어있다. 섬세한 디테일.. 여느 닙들과는 다르게 반대편은 막혀있다. 즉 뒤집어도 잉크가 펜대 안쪽으로 샐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카베코 스케치업은 카키모리 닙을 장착하기 위한 펜대였다. 황동 + 황동 조합이라 상당히 잘 어울린다. 묵직하고 두툼해서 그립감도 충분히 좋은 편. 오늘은 왠지 문스톤을 써 보기로 한다. 세워서 쓰면 얇게 나오고 눕혀서 쓰면 두껍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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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만년필 짧은 정리
[만년필] 만년필 짧은 정리
몽블랑 헤리티지 이집토마니아 F닙 헤리티지 루즈앤느와 F닙 지금까지의 만년필질 중에 유일하게 화딱지나게 만든 펜들. 두 펜 모두 엄청나게 헛발이 심하다. 아니.. 필감이 구리든 좋든 간에 일단 제대로 나오긴 해야 하는거 아닌가... 현재 루즈앤느와는 AS를 통해 치유되었고, 이집토마니아는 쓰다 보니 자연개선 된 듯 하다. (여전히 첫 획이 가끔 스킵되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펜들 중 가장 비싼데, 유일하게 품질 문제를 겪었다는 것이 아이러니이다. 루즈앤느와는 이뻐서 참았지만 이집토마니아는 동강낼 뻔 했다. 주관적인 필감) 엄청나게 부드럽고, 상당히 폭신하다. 흔히 말하는 버터필감 또는 유리 위를 미끄러져 간다는 것보다는 허공을 가르는 느낌이 더 적절한 것 같다. 그럼에도 미끄러짐 때문에 발생하는 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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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 갈렌레더 - The Writing Box
[잡화] 갈렌레더 - The Writing Box
Galen Leather - The Writing Box 나는 Writing Box라는 네모 반듯한 나무상자를 샀을 뿐이다. 호두나무로 된, 대략 30 x 40 센티미터의, 안감이 가죽처리된 2Kg 남짓의 나무상자. 그런데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식물검역대상물품 검역신청을 하고 확인서를 받으라고 한다. 식물방역법 제 2조, 제 12조 2항, 농림축산검역본부고시 제2019-52호. 관련 법령을 따져보아도 나무상자는 검역 대상이 아닌 것 같다. 깊은 무력감을 느낀다. 문의하거나 따져보고 싶어도, 어디에서 어디까지 정보를 얻어야 할지, 그 정보를 잘 취합하여 대응하기가 무척 막막- 하다기 보다는 귀찮다. 네모반듯한 호두나무 상자를 가지고 관세청이나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왈가왈부 하고싶지 않다. 페덱스에서 친절하게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