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HT
2023. 1. 1. 13:33
필름카메라를 손에 들면
셔터를 누르기 전
프레임을 바라보며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한다.
이 장면은 가치가 있는가?
망설임 없이 셔터를 누르게 된다면
대체로 나중에 결과물을 보더라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셔터를 누르기 그 직전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It’s Useless.’
그런 생각이 드는 장면들은
찍지 않았다면 영원히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찍었다면 대체로 다시 꺼내보지 않을,
말 그대로 Useless한 사진으로 남게 된다.
아무튼,
영덕에서 찍은 사진을 거의 2년이 다 되어 현상했다.
거의 모든 프레임이 ‘Useless’한 사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관성 있는 분위기가 있어서
묘하게 마음이 끌린다.
텅 비어있고, 부스러져있고, 쓸쓸하고, 멍하다.
Leica M3 / Elmar f3.5 / Portra 160